미스테리, 공포

경북 문경 십자가 시신 사건

이름모를뮤지션 2020. 11. 15. 09:53

경북 문경 십자가 시신 사건

 

 

2011년 5월에 발생한 엽기 사건이다.

2011년 5월 1일, 경상북도 문경시 둔덕산 8부 능선에서 택시기사 김모(58)씨가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일반적인 살인사건 혹은 자살사건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이 사건이 보도되기가 무섭게 급속도로 주목받은 이유는 바로 사건 현장과 시신의 엽기적인 모습 때문이었다.

김씨는 충격적이게도 십자가에 못박힌 모습으로 사망한 상태였다. 발견 당시 김씨는 흰 속옷만 입은 채 머리에는 가시관을 쓰고 양 손과 발에는 못이 박힌 채 십자가에 매달린 모습이었다고 한다. 게다가 오른쪽 복부에는 흉기에 찔린 것으로 추정되는 상처까지 남아 있었다. 예수가 십자가형을 당할 때의 모습과 성흔을 그대로 재현한 셈이다.

게다가 시신이 발견된 곳은 오랫동안 채석장으로 사용되다 폐쇄된 곳이어서, 주변에 비해 풍광이 다소 황량해 보이는 지점이었다. 사건 현장의 풍경이 예수가 십자가형을 당한 골고타 언덕과 유사했던 점으로 보아, 예수의 십자가 수난 모습을 100% 재현하기 위해 이 폐채석장을 선택한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십자가형 문서에도 나와 있듯이, 못이 박힌 부위는 실제와 다르다. 예수는 손바닥에 못이 박힌 것으로 묘사되지만, 이렇게 하면 손바닥이 찢어져서 몸무게를 지탱할 수가 없게 된다. 실제 십자가형에서는 손목뼈에 못을 박았다. 즉, (자살이든 타살이든 간에) 기독교적 전승에 광신적으로 집착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십자가에 못 박히는 것'이 아니라 '예수의 죽음을 따라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는 이야기다.

또한, 매달린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시신의 앞쪽에는 거울까지 놓여 있었으며 거울 옆에 탁상시계도 놓여 있었다고 한다. 당초에는 시신 앞쪽에 놓인 거울과 탁상시계 등이 전부로 알려졌으나, 후에 추가로 밝혀진 사항에 따르면 김씨가 매달린 십자가 양 옆에 거울이 달린 작은 크기의 나무 십자가 2개가 함께 발견되었다고 한다. 아마도 예수의 양 옆에 함께 못박혀 매달렸다고 전해지는 2명의 강도를 재현하려 했던 듯하다.

 


시신 검안 결과, 김씨는 양 손에 전기 드릴 등의 공구류로 구멍이 뚫린 뒤 십자가에 미리 박혀 있던 못에 끼워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또한 사건 현장 근처에 있던 김씨의 거주지에서 십자가 제작 도면과 공구, 십자가에 매다는 방법 등이 적힌 메모 등이 발견되었다.

정확한 사망 경위 및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숨진 김씨가 평소 종교에 심취해 있었다는 주변 사람들의 진술 및 사망 전후 시기에 부활절이 있었다는 점으로 미루어 종교적인 이유가 상당 부분 포함된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수사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것인지 이 사람이 기독교와 어떻게 관련이 있는 것인지는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경찰청에서는 전직 목사라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으며, 김씨의 남동생은 "교회에 다니지 않던 형이 '교회에 나가라'고 했다"고 증언하는 등, 워낙 관련 증언들이 제각각이라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짐작했을 때, 숨진 김씨가 자신을 예수와 동일시했다는 주장이 나와 세간의 이슈를 주목시키기도 했다.

경북지방경찰청의 수사 결과, 김씨는 30여년 전 서울의 한 교회에서 목회 활동을 했던 사실이 밝혀졌으며 개신교 계열의 한 계파에 속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것이 알고싶다 804회 (2011.6.4 방송)에서 이 사건을 다룬 바 있다. 그 이후 그것이 알고싶다 유튜브 채널에서 이 사건을 다시 재조명하였다.

 

 

자살? 타살?

 

 

한편 경찰 조사 도중 타살 가능성을 시사하는 단서가 몇 가지 발견되었다.

우선 김씨의 손발에 구멍을 낸 것은 당초 알려진 대로 전동드릴이 아니라, 십자가 바로 옆에서 발견된 소형 손 드릴로 추정된다고 한다. 김씨의 손과 발에 구멍을 뚫는데 쓰였다고 알려진 전동드릴은, 십자가에서 30m 가량 떨어진 텐트에서 발견되었다. 또한 김씨의 손바닥을 관통했던 못에 바짝 마른 상태로 붙어 있는 살점도 타살 의혹의 근거가 되었다. 만약 알려진 대로 드릴로 손바닥을 뚫은 뒤 못에 끼웠다면, 문제의 살점이 못보다는 오히려 드릴에 붙은 채 발견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

이를 토대로 경찰에서는 "죽은 뒤 일정 시간이 지난 다음 손을 못에 끼웠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타살 혹은 자살이더라도 최소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못에 붙은 건 살점이 아니라 녹이 부풀어 오른 것"이라고 발표했다.

국과수의 DNA 감정 결과를 기다리면서, "흉기에 피해자의 피만 묻어 있으면 자살로 추정된다"는 어이없는 말이 나왔다. 이런 식으로 경찰이 수사 방향을 자살로 몰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이 많이 제기되었다.

국과수에서는 자살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실제로 수사결과서를 보면 아래와 같다.


1. 크고 작은 십자가를 만든 뒤 큰 십자가 양 쪽 끝 부분에 대못을 박고 나서, 큰 십자가를 세운다. 바닥에 나무 발판이 될 부분이 연결되어 있다.
2. 큰 십자가에 압박 붕대 고리 2개를 양쪽에 걸어둔다. 그 옆에 작은 십자가도 2개 세우고 오른쪽 십자가에 거울을 건다.
3. 머리에 가시관을 쓰고 큰 십자가를 등지고 오른발만을 발판 가장 오른쪽 부분에 올린다.
4. 상체를 숙여 망치와 못으로 오른발 부분을 사선 방향으로 박는다. 그런 뒤, 왼발도 발판에 올려 쭈그려 앉은 상태에서 엄지발가락과 2번째 발가락 발허리뼈 사이를 못으로 박는다. 이로써 발을 완전히 발판에 고정시킨다.
5. 망치는 바닥에 던져버리고 일어서서, 준비한 끈들을 동원해 허리를 십자가에 먼저 묶은 뒤, 목 부분과 왼쪽 어깨 부분을 십자가에 묶는다. 이로써 온 몸이 안정적으로 고정된다.
6. 이 상태로 작은 십자가에 걸려 있는 거울을 통해 옆구리 부분을 확인하여 흉기(칼)로 찌르고, 흉기를 바닥에 던져 버린다. 그리고 한손드릴로 양손에 구멍을 뚫는다.
7. 드릴을 바닥에 던져 버리고 한쪽 팔을 십자가의 압박붕대 고리에 끼운 뒤, 손의 관통 부위를 이용해 미리 꽂아둔 못 부분에 쑤셔 넣어 끼운다. 나머지 손도 똑같이 반복한다.
8. 그 상태로 버티다가 허리의 출혈이 점점 심해져 혈액 부족으로 정신을 잃고 몸이 앞으로 기울여지자 몸이 못으로 고정된 상태에서 저절로 무릎을 굽히는 동작으로 바뀌어 목에 묶었던 고리에 목이 눌리며 사망했다.

한편으로는 약물 복용 상태가 아니었을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부검 결과 김 씨의 위에서는 약물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단, 사건 현장에서 구심제라는 약물은 발견되었다. 그래서 국과수와 경찰에서는 본인이 못 참을 경우를 대비한 약물을 들고 갔으나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하였다.

대신 김씨의 집에서 의대생 혹은 의사들이나 보는 정형외과 전문지식이 들어있는 전문서적이 발견되긴 했으며, 사건 현장에는 흉기나 망치 등의 준비 도구들이 1쌍씩, 그러니까 2개씩 발견되었다. 물리적 준비 과정이라도 상당한 수준이며 실패에 대한 각오와 정신적 대비가 매우 철저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씨가 새 차를 뽑을 때 "산악회 사람들을 태우고 갈 것"이란 말을 자동차 딜러에게 했다고 하는데, 정작 김 씨는 어느 산악회에도 소속된 바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

2011년 6월 4일 방영한 804회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자살 당시 광신도 협력자가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건 이전 김씨의 행보를 고려하면 김씨가 스스로 죽을 마음을 먹은 것 자체는 확실하지만, 도저히 혼자서 직접 실행할 만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 방송의 골자였다.

사건 발생 당시에 비해 이후 사건의 진상을 파악해나가는 과정부터는 언론 보도도 줄어들고 대중의 관심도 떨어졌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팀처럼 제3자가 있었을 거라 주장하는 측도, 최소한 김씨가 스스로 죽으려 했음은 부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 법의학 유성호 교수의 저서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에서 이에 대해 다루는데, 본인과 연락한 법의학자들 모두 자살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내지 않았다고 한다.

채널A에서 방송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모큐드라마 싸인에서는, 이 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으로 보이는 가상의 사건을 다루었다. 이 모큐드라마의 설정에 의하면, 1달 후 같은 장소에서 또 다시 십자가에 못박혀 죽은 시체가 발견된다. 첫 번째 사망자가 자살로 발표된 것과 달리 국과수는 2번째 사망자를 타살로 잠정결론 내렸다고 밝혔으며 기독교 계열의 확인되지 않은 계파와 관련되었다고 방송했다.

이유 중 하나로 여타 종교에서 사용하지 않는 '천식'이라는 종교적 단어가 두 사람의 유서에 공통으로 쓰였으며 천식이라는 단어를 쓰는 종교가 이들의 죽음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고 판단해 조사에 나섰고 이어 수백억원대의 공금 횡령을 위해 살인사건을 벌인 단체를 찾아내 자살을 위장한 타살 사건임을 밝혀냈다고 방송했다.

페이크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에 이 사건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완전한 허구(픽션)이지만, 몇몇 언론에서는 마치 실제로 일어난 사건인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 기사를 내보냈으며 구글에서도 검색어 상위로 올라가는 등 많은 사람들을 낚았다. 모큐드라마라는 장르가 허구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꾸며내어 촬영하는 것, 즉 시청자들을 속이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논란이 많은 편이다.

 

 

목격자

 

이 사건의 목격자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주씨이며,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에서의 닉네임은 시해선(屍解仙)이다.

김씨는 주씨가 운영하던 카페에 가입되어 있었고, 주씨는 사건 발생 장소에서 인접한 곳에 자신의 가게가 있었다. 주씨는 목격담을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에 올려 왔고, "이런 자살도 가능하다는 게 놀랍다"는 걸 누누히 강조해왔다. 주씨는 세간에 자신이 사건의 목격자라는 것이 밝혀진 이후, 무슨 이유에선지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에 올리는 글을 전체공개에서 회원공개로 바꾸었다.

‘문경 십자가 사건' 최초 목격자의 종교적 실체 기사에 따르면 목격자 주씨는 과거 만민중앙교회 출신이었고, 만민중앙교회 당회장인 이재록의 조카, 만민중앙교회 원로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주 모 목사의 동생, 이재록씨를 전도했다고 알려진 둘째누님의 아들이라 한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 의하면, 최초로 사건 현장을 목격한 사람은 목격담을 올린 사람과 그에게 벌(곤충)을 키울 장소를 알아보러 간 양봉업자 부자였다고 한다. 그런데 희한한 건, 산을 오르던 중에 벌을 키우기 좋은 장소를 찾아서 내려가려고 하자, 목격담을 올린 사람이 양봉업자 부자에게 "경치가 좋은 곳이 있다"며 산에 올라갈 것을 제안했고, 결국 사건 현장까지 이끌고 갔다는 것이다.

더 괴이한 건, 십자가에 못박힌 시체를 보면 놀라서 당장 경찰에 신고하는 게 정상적인 반응이겠지만, 목격담을 올린 사람은 놀라기는커녕 사진기를 꺼내서 그 광경을 찍었다는 점이다. 이렇게 놓고 본다면 그가 이 사건과 전혀 무관하다고는 보기 힘들 것 같은데도, 이상하게도 경찰은 이 사람에 대한 수사에는 별로 열의를 보이는 것 같지 않았다.

2012년 7월 해당 카페는 다시 모든 글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가 이후 접속이 차단된 상황이다.